이 성격장애는 검색을 해도 사례가 너무 적고
정보가 없어서 환자 입장에서 직접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나 본인이 해당사항이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병원 방문 계기와 증상
과거에 병원에 갔을때는 조울증이다, 불안장애다, 강박장애다,
이런 진단들을 들어왔는데도 병원을 안 다니고 버티다가
이번에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아서 갔거든요.
사람이 저한테 말만 걸어도 싫어하고,
심지어 별로 안 친한데 친절한 사람을 혐오하고
내 근처로 오기만해도 벌레 보듯이 싫어해서 피하고
사람들 목소리가 크게 들리면 귀가 찌르는 듯 괴롭습니다.
미팅이라는 말만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업무에서도 눈으로 문서를보면 이해하지만
누가 내 앞에서 말로 떠들면 이해가 안 되고 스트레스가 치솟습니다.
친구라는걸 일년에 한 번도 안만나게 된지도 십년이 넘었고요.
아무리 검색해도 나처럼 사람을 벌레보듯 혐오하는 사람이 없네요.
중2병 같은게 아닌 이상은...
우리 부모님이 돈이 많고 백수로 평생 먹고 살아도 되면
병원에 안가고 집에서 개인적인 생활을 누렸겠으나,
저는 도움받을 곳 없는 가장이나 다름없으니 치료를 받아야죠.
근데 또 거꾸로 얘기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뿐이지 필요하면 회사생활을 할 만큼
하다못해 매번 원치않는 강제 인싸(-_-)가 되버릴 정도로
다른사람이 보기엔 그냥 특이한 인간으로 보이는 정도라는거..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골몰하고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사람이랑 떠드는 시간을 싫어하는 것 뿐인지라
업무 자체는 성향에 또 맞아요. 업무수행도 멀쩡히 하고요.
다만 분열성이라는것이 동떨어져있다는걸 의미한다고 해요.
타인들과의 상호작용을 원치 않아 하고
자기혼자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지내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에
자주 멍 때리는것처럼 보이고 방해받고 싶지 않아합니다.
무튼 조현성이라고 해서 조현병걸린사람은 아니라는겁니다...
그저 개인주의인 내향인 사람처럼 보입니다.
회피성 성격장애와는 성질이 다릅니다.
정말로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1차로 가장 가까운 소수만을 제외하고요.
(가족 배우자 등..딸기별땅은 친가족조차 안만남..)
2.원인(추정)
유전일수 있고, 양육과정 또는 후천적으로 생길수 있습니다.
제생각에는 양육과정부터 잘못 되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완전히 아기일때의 기억은 없으나 부모님과의 기억은
피떡이 되도록 두들겨 맞거나 화풀이를 하거나
머리를 가위로 잘라버리거나,
부탁을 했을땐 당연하다는 듯 거절만이 돌아오고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는 소리가나면 무서워서 책상밑에 숨곤 했죠.
저는 세상에서 부모님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다른 이모 삼촌들이 있으면 못 때리니까 그때가 안전하다고 여겼고요.
삼촌이모들이 가려고 하면 나도 데려가라고 울고 불고...
왜냐면 집에 엄마아빠랑 있으면 폭행에 시달려야 했으니까.
초등학교때부터 부모님 사고나서 돌아가시는 상상을 할 정도로
독립이 목표였습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을하고
집에 다시 불려 들어간적이 있었는데
가지고있던 현금 7만원들고 곧장 도망쳐 나왔을 정도...
저는 현재 돈 잘 벌어 밥 잘먹고 잘 살고 있으므로
부모님을 원망하지도 않지만 그냥 귀찮습니다.
내가 왜 만나러 가는데 시간과 돈을 써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마지못해 한번씩 연락을 하거나 결혼때문에 마지못해 오가는 정도.
가장 가까워야할 부모와의 신뢰가 전혀 없으니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 심합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요.
그이후로 보호자 없는 혼자사는 여자한테 좋은일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요?
20대 초반에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하고 어울렸죠.
직장생활에서도 상식밖의 사람들때문에 트라우마는 더해져 갔고요.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피해의식은 커져만 가고...
3. 약물치료의 경과와 부작용
병원에서 사람 얼굴색만 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간 있던일을 털어놓았더니 조현성 성격장애로 보인다며
두가지의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하나는 조현병 치료제인 파마리스돈, 하나는 조울증 치료제인 라믹탈.
그동안 먹은 항우울제 항불안제 같은 약들은
이상하게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것 같고 몸이 괴로워서 병원을 안다녔는데요,
이번에 먹은 리스돈이라는 약이 잘 맞는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전날의 기억이 별로 없어요.
그동안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을 되새김질하며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그냥 아무생각이 없어진 사람이 된 느낌이요.
그리고 이 약들을 먹고나서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아요.
이전에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들떠서 같이 몸도 들썩거리고
맛있는 걸 먹으면 눈알이 튀어나오게 기쁘기도 했는데
이젠 신나는일같은걸 해도 기분이 튀어오르진 않습니다.
대신 기분나쁜 불쾌감이 아주 감소하죠.
요즘에는 어지간하면 화도 잘 안나고,
사람이랑 미팅해도 별로 긴장도 안 하고 말을 술술 하고요
식사자리나 스몰토크도 곧잘 하게 되더라고요.
억지로라도 자연스레 웃는표정을 짓는 연습도 잘 하고요.
이제 이 약 없이 회사 나가라 하면 무서울 정도에요.
다행히도, 사회생활을 예의있게 하는법이라던가
화법, 긍정적인 말 같은건 책으로 많이 공부해놔서
기분나쁘지 않게 기분이 좋게끔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책으로도 도무지 안 되니 병원을 찾은거거든요 ㅠㅠ
또 역설적이게도 화를 내야될때는 화를 냅니다.
대신 적당히 남들 내는만큼을 내는 정도로요.
이전에는 화 내야될 때에도 화를 안 냈거든요.
부작용으로는 라믹탈정의 피부발진으로
일주일정도 시달리다가 사라졌고
리스돈이 과도한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서
공포, 긴장 같은 상태를 내려놔 주는건데요,
중추신경계가 바보가 되어버리는 통에
배고픔은 느껴도 배부름을 못느끼니 음식 먹는양이 늘어납니다.
이거 운동을 하건 식단을 하건 관리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혈당에도 변화가 생겨서 살 찔수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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